이 기사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 개신교는 너무 금욕적 위선적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별 공감이 안 간다. '술 금지하는 건 율법주의니, 마음껏 마시게 하라' 이렇게 논리를 전개하는 것보다도 더 설득력 떨어진다.
머, '종교학'적으로 접근하자면, 다 아는 이야기지만, 웬만한 메이저 종교들은 기조가 '절주'다. 이건 술이나 마약 등의 힘을 빌어 벗겨낸 '가면'들 밑의 속살 역시 가면일 뿐이라는, 종교의 기본적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취중진담'을 하는 '나' 역시도 가면 밑의 또 하나의 가면일 뿐... 결국 술 등의 환각제로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게 웬만한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다. 솔직히, 난 오강남 교수가 '취중진담'의 도교 말고 다른 종교를 진지하게 몰입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있다. 개신교도 분명 어떤 식으로든 꽤 오랜 시간 접했던 흔적이 그의 글에서 묻어나긴 하는데, 그는 이 세월을 상당히 수치스러워하는 듯하다. 극단적 근본주의 개신교를 아마도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대중적 글들을 읽어보면, (화엄)불교를 도교적 방식으로 회통하려는 게 그의 기조인 듯하다(아닐 수도 있다).
웬만한 종교학자들은, 아카데믹한 연구수행을 넘어 자기 목소리 내기 시작하면 자기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기우는 종교관을 바탕으로 '종교들'을 회통시키려하는 경향을 띤다. 개인적으로는 저런 식의 시도, 싫어한다. 그냥 각 종교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위상적으로 비교하는 것까지는 나도 필요한 작업이라 본다.
예를 들면, 성령을 '취중진담의 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건 성경을 아주 조금만 읽어봐도 희한한 소리라 할 수 있다. 성경을 '화두'로 붙잡고 자기 썰을 풀려는 것이 아니라면 저런 식의 독해는 멋드러질지언정 성경을 '읽는' 것은 아니다. 구신약을 다 읽고서 굳이 성령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취중진담의 도교적 이상향은 오직 풍류를 아는 자들만 들어옴을 허락하는, 나름 엄중한 세계다. 기본적으로 술이 몸에 잘 받도록, 몸이 '가면이 벗겨진 상태'를 잘 구현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하고 이건 나름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요구한다. 근데 저런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취중진담의 세계에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몸이 술을 안 받는 사람들에게는 저런 식의 훈련은 괴로움일 뿐이다. 게다가, 취중진담이 일상으로 자리잡게 되면 그 취중진담 역시 하나의 '가면'이 된다. 즉, 일상을 영위하다가 '취중진담'의 가면이 필요한 때가 생긴다는 거다. 그래서 알콜 의존적이 되기 십상이다. 알콜중독까지는 안 가더라도 말이다. 이건 요즘 유행하는 명상 수행 일반에도 해당되는 것인데, 삶의 곡진함을 만날 때마다 가부좌 틀고 명상하는 게 인이 박이게 된다.
여튼, 술은 술 자체로 즐기면 그만이라고 난 본다. 술이 맛있고 좋으면 혼자 마시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든지, 아님 신앙인인 경우 자기 신앙 양심에 거리껴서 안 마시든지 자유지만, 술에 초월적 무엇을 부과하는 건(예를 들면 성령 운운) 적어도 그리스도인 입장에서는 우상 숭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주도(酒道)' 운운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 자체가 문제적이라는 거다. 율법적입네, 까칠합네 욕 듣겠지만 말이다. 도교의 역사적 성립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술 권하는 사회'인 우리나라의 상황을 문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 네덜란드 기독교인들은 술 잘 마시는데, 난 처음에는 좀 이질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술이 음료로 보인다. 그리고 술취하는 정도까지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난 마시지 않는다. 일단, 술이 몸에 안 받고, '취중진담'의 진실됨을 별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중진담 위의 가면들과 취중진담이라는 가면이 본질적으로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똑같이 인간의 한 모습인 것을. 제 정신으로 똑바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취중에 말하는 것은 별로 대단한 경지가 아니다. 인간 이해가 깊지 못하네 등등의 이야기를 꼭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난 걍 얕은 인간 붙들고 멋없이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