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대 올림픽 개막식, 폐막식 중 제대로 본 것이 없다. 짧게 나오는 단신들만 언론에서 확인했을 뿐.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권투하고 씨름 빼고. ㅎㅎ 근데 이 두 종목 이제는 완전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ㅠㅠ).
그런데 이번 파리 올림픽은 좀 이상하다. 아니, 콕 짚어 말하면, 프랑스가 이상하다.
일단, 올림픽을 ‘주최’하는 입장이라면, 손님들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 자체가 권위주의적이고 오만한 발상인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서고금 인류 보편의 상식과 윤리로는 ‘손님 우선’(‘손님이 왕’까지는 아니더라도)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결례라고 본다.
그런데 일단, 채식과 탄소 저감을 명분으로 삼아 선수촌 식단도 채식 위주고, 에어컨도 안 틀어 준다는 뉴스를 봤을 때 뜨악했다. 그리고 개막식에서 논란이 되는 기독교 조롱 논란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이 들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가관인 게, 파리올림픽 조직위가 이런 데 대해 ‘당당’하다는 사실이다. 이 말인즉슨, 이 사람들 마인드가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라는 것이다. 나는 예술의 전위적 지위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위적 혹은 급진적 철학과 사상을 가진 것 그 자체를 문제시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식이, 더 나아가서, 올림픽 그 자체가 자기들 전위성을 관철하고 전시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자기들 나름의 서사는 구성하는 듯 보이지만, 어쨌든)? 올림픽에는 자기들마냥 전위적인 사람들뿐 아니라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들도 분명히 참여하는데, 그리고 요즘에는 파리까지 안 가더라도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다 보고 즐기는데 이걸 알면서도 일을 이렇게 진행시켰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대학 때 이른바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의 세례를 받았다. 그런데 나는 대략 2000년대 중반부터 기존 관점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러-우 전쟁, 중동과 아프리카 정세의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에는 단지 反포스트식민주의를 넘어 어떤 다른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포스트식민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시 식민주의적 지향을 취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 프랑스는 좌파든 우파든 여전히 식민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서 여전히 정치경제적 대장 노릇 하려 하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드러나듯이, 세계적으로는 문화적 형님 노릇 하려 한다. 개막식은 식민지 내지는 무지렁이들을 계도하는 식민제국 내지는 귀족 엘리트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독교 조롱 논란에는, 내가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기독교는 권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조롱은 정당하다!’ 정도의 논리로 대응하지 싶다. 일단, 이렇게 대응한다고 가정한다면, ‘국제적’ 차원에서는 기독교보다 오히려 이슬람이 더 권력을 갖고 있지 않나? 지금 세계에는 이슬람의 권력에 피해 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나? 물론, 나는 이슬람 조롱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랑스 좌파들이 자기 나라 식민주의하고 좀 거칠게 싸웠으면 싶은데, 별로 그런 게 없다. 그런데 이게 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게, ‘강력한 反PC주의 아프리카인’ 정도면 좌우 공통으로 편안하게 멸시할 수 있겠다.
식민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패권주의인데, 이것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윤리는 식민지에 대한 식민제국의 우월성이다.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는 모든 논리는 이것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식민주의적 계도는 설득과 교육, 그리고 힘으로 밀어부치기(공권력 동원, 법률 제정 등)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많은 경우 전자는 실패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후자, 즉, 실력 행사뿐이다. 나는 파리올림픽 조직위가 올림픽을 실력 행사의 수단으로 만들어서 자기들이 원하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