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글
-한나라당에서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보수적인 사람들을 감동시켜서 꼬시는 것이다.
몸이 외국에 있다 보니 예전에는 보지도 않았을 인터넷 뉴스를 가끔 들여다 보게 된다. 오늘은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의 인터뷰를 봤다(한겨례). 보고 솔직히 좀 많이 실망했다. 그래도 명색이 386, 그 중에서도 꽤 잘 나가던 운동권이라고 나는 알고 있었는데…. 물론 이 분이 한나라당 갈 때는 이해가 잘 안 됐지만,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오늘 인터뷰를 보니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여 사회주의를 버렸다’는 대목이다. 인터뷰만 보면 운동권으로서는 ‘주류’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경력을 가진 분인데…. 운동이라는 것이 자신의 존재 전체를 걸고 하는 것이 아닌감? 어떻게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가 사회주의를 버리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는지 나는 잘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사회주의에 투신한 사람도 아니고, 사회주의에 소망을 거는 것은 어리석다고 여기지만, 사회주의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안티테제적인 것이고 사회주의의 이론적, 실천적 힘은 자본주의를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상대화시키는 데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므로 (무릇 안테테제적인 사상이라는 게 좀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반박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분은 이념이나 신념이 아니라 (잘되고 권력이 몰리는) 현실을 따라다녔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념이나 신념을 폐기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것을 신봉하던 자기 과거 역시 비판하고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원의원(을 비롯한 운동권)에게서 이런 공개적인 반성이 있었다는 소식을 아직 들은 적이 없다. 게다가, 보수적인 사람들 꼬셔서 데리고 가려는 목적지는? 사회주의는 아닐 것이고, 그러면 어디??
여기서 ‘주류’에 대한 열망을 읽어내면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기존에는 자유주의권과 함께 양대 주류를 형성하던 한 축이 없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너무 과도한 것일까. 만약 나의 해석이 과도한 것이 아니라면(뭐 과도할 수도 있겠다^^) 이분은 운동권 자체도 ‘제도권’으로 대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한 비주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는 사회주의도 주류 중 하나였으니. 그렇다면 이분의 한나라당행은 그제서야 제도권으로 편입한 것이 아니라 권역만 바꾼 것은 아닐까? 사실 내가 맨 처음 인용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내 해석이 결코 과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을 감동시켜서 꼬시는 것.’ 정말 ‘프락시스’를 말하는 사회주의자 맞았나 싶을 정도의 말씀이다. 그저 철저한 진영 논리 아닌가! 【물론, 한국 운동권 역시 보수쪽과 마찬가지로 진영 논리에 의해 움직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사회주의적 비전에는 사실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전면적인 자유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이분의 ‘이동’은 좀 그렇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인가. 여기서 ‘꿩’이 ‘현실 개선’이라면 뭐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잘 살게 하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자꾸 ‘꿩’이 ‘주류되기’로 보인다. 내가 과도한가? ‘학력고사 전국 수석’의 정체성에서 원희룡 의원은 진정으로 벗어나본 적이 있으실까…?
앞으로 이분의 행보도 이렇게 주류 쫓아가기로 귀결이 될지 두고봐야 할 듯하다. 이분도 정치인이니 정치인으로서의 꿈이 있겠지만, 대권까지는 힘들지 싶다. 대권은 자기 텐트를 만들 줄 알아야 가능하지, ‘큰 텐트’만 쫓아다녀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