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 2017

성경에 나오는 ‘육신’[σάρξ]에 관하여(특히 신약)

(갈 5:17)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은 육체를 거스르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으로 너희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분명 ‘육신’은 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영’은 이러한 육신 대립되는 용어로 쓰인다. 그러나 여기서 육신과 영을 질료적 의미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하나님은 ‘물질’을 미워하시고 ‘영적인 세계/존재’는 사랑하신다는 식의 이야기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 영지주의를 배격했지만 전통적으로 영-육 존재론은 형상-질료 존재론으로 해석되어 지금까지도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영-육의 대립을 형상-질료 존재론으로 보는 것 자체가 이미 육적인 것이다.

‘육신’은 물론 일차적으로는 물질적 육체를 말한다. 그러나 성경의 문맥들을 보면, ‘육적인 가르침’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실천(행위)’을 주로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육신’이라는 구체적 현실, 물질적 기반을 근거로 생기고 펼쳐지기 때문에 육신의 물적 기반을 전혀 도외시하지는 않는다. 가르침 홀로 존립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육신 안에는 저마다 이 가르침에 딱 화답하는 어떤 성향이 있다. 바로 ‘생존의지’, 즉 죽지 않으려는 의지다. 육적인 가르침을 자꾸 들으면 육신에 있는 생존의지가 강화되어 육적인 사람이 된다. 따라서 육신은, 더 나아가서, ‘육신의 소욕’(=생존의지=죽지 않으려는 노력)도 포함하는 것이다. 육신적 가르침이든 육신의 소욕이든 육신의 말을 듣는다(=순종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상 같다. ‘육으로 난 것은 육,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다. 육신에서 생겨난 모든 것(육의 소욕, 가르침, 목소리 등)은 그저 ‘육신’이라 불리고 (성)영에서 난 모든 것은 그저 ‘영’이라 불린다. 육과 영은 그저 존재양상이 다른 게 아니라 출처와 기원이 다르다. 육과 영을 혼합하는 것이 곧 거짓선지자요, 적그리스도요, 나아가서는 마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