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03, 2022

유니버설 솔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부르다 마는 것처럼 끝나는^^ ‘도노반’의 곡 <Universal Soldier>다.1)

요즘 우리 교회는 새벽기도회 시간마다, 주일마다 빼먹지 않고 함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놓고 기도한다. 주일 예배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휴식하며 잠시 기도하고 묵상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대다수가 정교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고, 어쨌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인데, 이렇게 서로 총을 들고 싸우고 있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쪽에 좀 더 정당성을 두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원수를 사랑하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문자적으로 순종하기만 했어도,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한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기만 했어도 적어도 이 전쟁만큼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정교회는 그 나라 세속적 통치와 결합하여 정당화해주는 경로를 밟아왔는데, 이는 비단 정교회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우리 역시 국가와 정치, 세상의 입장과 논리에 순치(馴致)당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와 정치의 모든 것을 사탄적이라고 거부하는 것도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러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이 푸틴의 전러시아주의, 범슬라브주의를 거절하고, 이에 따라 자행된 우크라이나 침략을 거부했다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육신을 따라 고양되지 않고 총을 들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퍼시피시즘을 동의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전쟁에 동원되는 것을 거부하고 국가와 권력이 제공하는 자부심(전러시아주의, 범슬라브주의, 중화주의, 국뽕 등)을 거절한다면 세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순진한 생각일 수는 있어도 의외로 단순한 곳에 길이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도노반의 노래대로, 종교와 사상,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모두가 ‘유니버설 솔져’다. 세계의 보편성[universality]은 서로가 서로에게 군대를 보내는 것이다.


  1. 원래는 Buffy Sainte-Marie의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