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 2003

身邊雜記―'썰렁함'에 대하여

오래된 글
허세/과격/미숙함 주의

이것도 작년에 쓴 글...


'썰렁함'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율법이 되어 버렸다.

누구든지 말을 하면 '반드시' 웃겨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썰렁하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왕따 당한다. 언제부터인지 여럿 모인 곳에서 편하게 이야기하기가 힘들어졌다.

우리 나라는 알아주는 스트레스 사회다. 안팎으로 시달린다. 특히 인간 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는 말할 수가 없다. 거대한 병영 사회--이게 우리 나라다. 이 병영 안에서 '짬밥'이 달리는 군번들은 항상 바짝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군기 빠졌다(버릇이 없다, 싸가지가 없다 등등)."라고 한 번 찍히면 유무형으로 '갈굼' 당한다. 갈굼 당하는 넘들은 자기보다 짬밥이 안 되는 넘들을 갈군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평상심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 [補 : 일년이 지난 지금, 다른 방면으로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인식하게 되었다. 바로 아랫 군번들이 모여 '윗 군번 뒤에서 욕하기'이다. ㅋㅋ 군대에서 늘상 쓰던 방법이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을 줄이야... 역시 대~한민국은 병영사회다. 추웅성!!!]

우리 나라에서 제대로 운신해 보려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벽에 부딪친다. '어른'을 챙겨야 하고 '분위기'를 파악해야 하고 '나설 때'를 알아야 하고... 군대를 가지 않아도 모두가 '현역'이다. 군대를 갔다와도 어느 누구도 '예비역'이 아니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게 바로 '썰렁 게임'이 아닐까. 이 게임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게임이다. 만약,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이 게임은 한 때 지나가는 유행으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한 사람을 썰렁하다고 찍고 잠시나마 모두가 왕따 시키고 야유를 퍼붓는 이 게임은 생긴 이래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모두의 공감을 얻어 모두가 이 게임에 동참하고 있다.

썰렁 게임은 한 사람을 영원히 찍지 않으므로 뒷탈이 비교적 없다. 또한, 당하는 사람도 큰 상처를 받지 않으므로 부담이 없다. 그러나 짧은 순간이지만 굉장히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감정 표현과 야유와 자극적인 말과 공격적인 언사를 할 수 있다. 스트레스 사회인 대~한민국에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게임인 것이다. 주로 짬밥이 안 되는 사람들한테서 유행하는 이 썰렁 게임... 우리네 어르신들은 이런 '품위 없는' 게임을 별로 좋아들 하지 않으신다.

웃길 의도 없이 그저 말했는데도 '썰렁하다'며 야유를 퍼붓는 분위기...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얼마나 열받는 일이 많았으면... 내가 대~한민국의 '어른'이 되면 짬밥 안 되는 애들에게 절대 스트레스 주지 아니하리라...

쩝, 지금부터라도 이 게임을 나부터 때려치우고 싶은데,,, 우짜겠노, 이 게임은 너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