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글
허세/과격/미숙함 주의
봄이다.다시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죽음처럼 웅크려있던 세상에 다시 생기가 돈다. 하나님이 만들어놓으신 자연은 참 끈질기다. 끈질기게 다시 움트고 다시 열매맺는다.
겨우내 세상은 죽어있었는가. 아니, 가을부터 세상은 죽어가기 시작했는가. 나는 예전에 가을을 엄청 탔었다. 가을, 모든 것이 죽어간다. 그런데 요즘 들어 속아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실, 죽은 게 아니었다. 꽃은 마른 나무 가지 안에서 싹으로 웅크려있었다. 개구리들은 땅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죽은 줄 알고 슬퍼하던 나는 죽음을 즐기고 있었다. 상실의 아련함, 그것은 곧 얻음의 기쁨과 통하는 것이다. 그래, 나는 배가 불렀었다.
그럼에도...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은 "죽은 것"이다. 여름 내내 신나게 울어제끼다가 알 낳고 말라비틀어진 매미들도 "죽은 것"이다. 죽음... 도처에 죽음이 충만해도 세상은 계속 살아간다.
떨어진 낙엽은 흙이 되고, 흙이 되어 다시 나무 속으로 들어가고, 말라 비틀어진 매미들은 양분이 되어 제 새끼들의 살이 된다. 그래, 세상은 돌고 돈다. 세상은 거대한 삶 안에서 돌고 돈다. 그럼에도 지난 가을에 떨어져 썩은 낙엽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지난 여름에 떨어져 죽은 매미들 역시... 우리 육신을 낳아 길러주신 우리 조상들 역시... 생명과 사망은 가까운듯 멀다. 모든 몸의 끝은 죽음이다. "公無度河!" 나루와 나루 사이...
삶의 사슬에 묶여 살고 삶의 감옥에 갇혀 사는 중생들아... 그대들은 아는가, 그대들을 삶 안으로 옥죄고 있는 금줄, 그 죽음 밖에서 오는 생명을... 그 감옥의 담장 너머에서 오는 생명을...
그대들은 아는가, 그대들이 "죽음"으로 여기고 음부에 떨어뜨려 죽인 그분 안에서 나타난 생명을... 죽음에서 끝나지 않은 몸을 그대는 보았는가!
오늘, 나 여기서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과 더불어 아론의 싹난 지팡이를 들고 노래하리니... 노아와 모세와 더불어 홍해를 가르고 사망을 건너리니... 그리스도와 함께 빠져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나리니... 사망의 금줄을 끊고 사망의 담장을 헐고 삶의 도돌이를 박차고 그리스도의 몸과 생명에 참예하리니...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피는 것을 보리니... 가시밭의 백합화같이 향기날리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