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 2018

은혜와 빚

부채 역시 자본이다. 회계 상에서는 부채와 내가 직접 벌어들인 것 사이의 의미 구분은 의미가 없다. 모두 ’원래 내것 아니었던 것’, ‘내 수중에 있는 자산’으로 동일하다. 그렇다고 ‘빚’이 그야말로 무의미하지는 않다. 내가 갚지 못하면 내 인생이 저당잡히기 때문이다.

소득과 부채가 실질적으로 변별되는 것은 오직 ‘(율)법’을 통해서이다. 율법이 내것 아니었지만 이제 내 수중에 들어온 자산을 소득인지, 빚인지 판결한다. 똑같이 내 수중에 들어온 재물이라도 빚으로 판결되면 이제 내 인생이 저당잡힌다.

그러나 율법이 판결할 수 없는 것은 빚과 은혜 사이의 구분이다. 은혜라는 것은 항상 탕감의 형식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빚의 논리로 탕감은 항상 불의하다. 그러므로 율법은 뇌물과 은혜를 구분할 수 없다. 뇌물과 은혜를 구분하는 것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