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 2019

폐하여짐(katargeo)에도 순서가 있다

(고전 15:26)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원수는 사망이니라

하나님은 “있는 것들(ta onta, 고전 1:28)”을 차근차근 폐하신다(katargeo).

이 폐하심에는 순서가 있다. 율법을 폐하고, 죄의 몸을 폐하신다.

그리고 맨 나중에 폐하여질 것은 사망이다. 하나님이 폐하시는 것은 ‘원수’로 간주된다.

katargeo는 kata와 argeo를 합친 것인데, 후자는 ‘일 없는’, ‘무익한’의 뜻을 가진 argos에서 왔다. 그러므로 폐한다는 말은 문자적으로는 ‘일들을 없앤다’, 무효화한다, 무용하게 만든다, 무익하게 만든다, 쓸모없게 한다 등의 의미라 볼 수 있다. 이 말은 존재 자체를 말살하는 게 아니라 존재는 말살되지 않더라도 그 효용과 작용을 무효화시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창조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하나님의 궁극적 목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창조 안에서 ‘버그를 제거’하는 것이 폐함의 의미에 가까운 것이다.

‘율법을 폐한다’(롬 3:31)와 ‘율법에서/으로부터 폐하여진다’(롬 7:2, 6)는 다르다. 바울은 전자는 부정하고 후자는 긍정한다. 폐하여지는 주체는 전자는 율법, 후자는 ‘나’이다. 그런데 율법을 폐한다는 말이 나오긴 나오는데(엡 2:15), 여기서 율법은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율법이 아니라 육체대로 이해된 율법이다.

katargeo의 대립어는 histemi, 즉 ‘세우다’이다(롬 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