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음식은 기본적으로 '비빔밥' 안에 다 들어있다. 예를 들면 김치는 단독으로 결코 먹을 음식이 아니다. 김치뿐인가. 모든 음식은 주식이든 부식이든 단독으로 먹도록 개발된 게 아니다. 모든 음식은 '한 상'에 놓고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그러므로 한국 음식은 편식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나 서양 음식은 개체적이다. 코스별로 나오고 그걸 다 먹든지, 다 안 먹든지 코스 시간이 적당히 끝나면 그릇을 치운다. 우리 식으로 하면 조금 먹다가 놔두고 좀 있다 또 먹고, 이게 안 된다.
한국 문화 자체가 '합성'된 것이다. '진짜 한국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당대에 잘 나가는 것을 빠르게 합성시켜 내가 쓸 수 있게 만드는 힘'(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된 '전통 문화'는, 당대의 대세적인 유행을 당대 한국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게 변용한 것이다. 이게 당대에는 현용 문화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굳어져 전통이 된다. 한국 사람들은 아무리 예전에 위세를 떨쳤던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 효용이 없으면 버린다. 돌아보면 한국 근세의 굴곡진 역사(일제, 육이오 등)로 인해 전통 문화가 소실되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반만의 진실이지 싶다. 어차피 버릴 문화는 역사의 굴곡 아니었어도 버려질 운명에 처해 있었다.
문화, 특히 한국 문화를 '기원 논쟁'으로 선양하려는 시도는 판판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근본'에 대한 집착은 한국 문화의 근본적인 '무근본성(無根本性)' 때문인데, 이것을 열등감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모든 것을 '당대의' 근본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이 이런 특성이 강했는데, 오히려 지금은 좀 전통적으로 된 듯하다.
신학으로 보면, 아우구스티누스와 비슷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북아프리카인이다. 그의 모국어가 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살았던 지역이 북아프리카어(푸닉어)권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그는 이중 언어 화자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라틴어로 신학을 씹어 먹었다. 그에게 근본이 있었나? 없었다. 나이 들어 개종했는데 젊어서는 마니교인이었다. 그런데 무근본이었던 그가 서양 신학의 근본이 되었다. 물론, 한국 문화가 아우구스티누스 같이 또 다른 근본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지만, 그래도 포지셔닝은 비슷하게라도 잡는 시늉은 해야 하지 않겠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