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 2010

천주교가 4대강 저지 선언을 했단다

오래된 글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떴다.

천주교 폭탄선언, “4대강 반대후보 밀겠다”
천주교 “교황청도 4대강 우려 밝힐 것”

개인적으로 4대강 문제에 있어서는 윗분들과 견해를 같이하기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제발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결과를 이루면 좋겠다.

이 기사들의 리플들 중 ‘종교는 저래야 한다’는 요지의 글들이 많이 눈에 띤다. 이런 글들은 세상이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잘 대변하고 있다. 천주교는 거기에 잘 부합하게 행하고 있다. 게다가 천주교는 이런 식의 행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덕적 힘도 구비하고 있다. 당장 교황청까지도 동원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이러한 힘의 근원 중 으뜸은 바로 천주교가 군주적 감독제 교회라는 현실이다 ― 대한민국의 1500여 사제 중 이미 1100여명이 서명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종교는 지역과 나라, 그리고 계급을 초월하기에 도덕적 정당성만 확보하면 큰 대중적 힘을 모을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천주교의 선언은 정부여당에 큰 부담이 될 거다. (천주)교회가 국가조차도 계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단순히 도덕적 우위를 점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중이 이러한 도덕적 명분을 공감할 때 가능하다. 천주교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이 이러한 힘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보면, 어떤 사안에 있어서 천주교의 도덕적 권위의 원천은, 그 사안에 대한 천주교의 판단을 공감하는 대중의 ‘머릿수’다. 물론, 이 머릿수의 고갱이는 교황을 정점으로 한 천주교인들이고. 적어도 한국에서 천주교는 현재 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는 천주교의 현재까지의 행보를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과연 교회가 저러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변으로서는 천주교에 동의할 수 없다. 예전에 썼던 이 글을 보라.

조금 덧붙이자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반석의 권세’는 도덕적 권세가 아니며, 세상에 행사되지 않고, 행사될 수도 없는 권세다. 도덕적 권위의 주체는 교회가 아니다. 도덕이나 윤리는 세상 그 자체에서 나온다. 교회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사회라도 어떤 형태로든 도덕이나 윤리는 존재한다. 그리고 서로 많은 부분 통하는데, 이는 다 같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서양에서는 교회가 도덕적 권위의 담지자가 되었을 뿐이다. 이것은 대다수 구성원이 기독교인이었던 현실을 기반으로 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종교가 없으면 도덕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은 보편적 주장이 아니다. 로마제국 멸망 후 군벌들과 기존 왕조들이 이합집산하여 만들어낸 봉건적 서양에 가장 잘 들어맞는 주장일 뿐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은 그 자체로 ‘코스모스’, 즉 질서다.

그러므로 교회를 세상 안에서 권세가진 자로 만들려고 하는 모든 시도는 사실은 반(反)교회적이다. 물론, 도덕적 권세보다는 ‘권력’을 탐하는 무리가 창궐하는 개신교보다는 천주교가 훨씬 낫긴 하다. 그러나 도덕적 우위든, 권력이든 모두 세상에 속해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