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5, 2019

평등과 공정 거래

(아도르노의 통찰에 힘입어 쓰다)

한국 사회가 유난히 평등 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교환원칙의 등가성이 보편적 차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교환가치는 질이 추상되어 양만 남아있다. 따라서 교환가치 하에서는 동일한 양이 곧 정의의 원리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 평등은 모든 것을 교환가치로 환원한 뒤 측정된 절대량이 같음을 의미한다. 즉, 화폐를 매개로 한 공정 거래의 차원에서 논의되는 무엇이다. 그러므로 평등, 자유 같은 가치들조차 자본주의를 토대로 규정되고 자본주의 없이는 그 성립 기반을 잃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사정이 이러하기에 평등은 영원히 성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환가치를 통해 구분되는 ‘다름’은 결국 양적 차이일 뿐이므로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은 곧 너와 나 사이에 양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다름은 항상 양의 차이일 수밖에 없고, 양의 차이는 자본주의에서 높낮이의 다름일 뿐이다. 그러므로 평등은 더 가지고자 하는 욕망을 강제로 규제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체제에서는 불가능하거나 큰 저항에 맞닥뜨릴 조치다. 자유주의의 원리적 평등함은 그저 구호에 머물고 실제의 평등은 영원히 성취 불가한 이 상황이 교환가치로 평등을 규정할 때 도래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