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의 통찰에 힘입어 쓰다)
한국 사회가 유난히 평등 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교환원칙의 등가성이 보편적 차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교환가치는 질이 추상되어 양만 남아있다. 따라서 교환가치 하에서는 동일한 양이 곧 정의의 원리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 평등은 모든 것을 교환가치로 환원한 뒤 측정된 절대량이 같음을 의미한다. 즉, 화폐를 매개로 한 공정 거래의 차원에서 논의되는 무엇이다. 그러므로 평등, 자유 같은 가치들조차 자본주의를 토대로 규정되고 자본주의 없이는 그 성립 기반을 잃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사정이 이러하기에 평등은 영원히 성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교환가치를 통해 구분되는 ‘다름’은 결국 양적 차이일 뿐이므로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은 곧 너와 나 사이에 양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다름은 항상 양의 차이일 수밖에 없고, 양의 차이는 자본주의에서 높낮이의 다름일 뿐이다. 그러므로 평등은 더 가지고자 하는 욕망을 강제로 규제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체제에서는 불가능하거나 큰 저항에 맞닥뜨릴 조치다. 자유주의의 원리적 평등함은 그저 구호에 머물고 실제의 평등은 영원히 성취 불가한 이 상황이 교환가치로 평등을 규정할 때 도래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