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사람을 의로워지게 한다. 율법으로 의로워진다는 것은 죄책(빚)이 없으므로 정죄당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자기에게 얹혀 있는 빚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권리가 생겼다는(그것이 공적인 것이든, 사적인 것이든) 뜻이다.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도 자기 빚을 남에게 떠넘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짐을 받을 그 타인이 영원히 죄인으로 머물러야 하는데, 율법은 여기서 그를 죄인 만드는 기제로 작동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입장에서의 원죄는 하나님의 의롭다 하심에 비추어 규정되는, 출발에 국한된 내용이다. 그래서 반드시 ‘시인(고백)’이 동반되어야 한다(다른 의로움의 기제를 내세워 그냥 무시하고 거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원죄는 영원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이다. 저 타인이 항상 죄인인 상태로 머물러줘야 갑질은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