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 2020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자본주의는 자본을 주의로 하자는 주의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주인은 당연히 자본이다. 자본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에 윤리가 있는가?

있다. 게다가 다른 것들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보다 훨씬 더 윤리적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맘몬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은 겉보기에는 뭔가 꺼림칙하고 괴기스럽지만, 실제로는 가장 공정하고 깔끔하다. 그 기본이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이기 때문이다. 로마서 13장에 나오는 하나님이 정하신 권세 중 역사상 가장 윤리적인 것이 자본주의라고 나는 본다. [나는 지금 의도적으로 정치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을 섞어 쓰고 있다.]

오히려 세습 엘리트 등을 주인으로 삼는 것은 맘몬을 주인으로 삼는 것보다 훨씬 비윤리적이다. 자본주의 이전에 등장한 봉건 영주, 절대 군주, 부족장, 마을 어르신 등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런 것들과 자본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노동당 독재 등을 또한 생각해보라. 아예 아나키즘을 신봉하지 않는 한 결론은 복잡하지 않다. 존경할 만한 부왕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왕이 군림하게 된 태국을 보라! 북한을 김정은이 계속 잡고 있는 것과 시장 경제 질서가 새로 판을 짜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상식과 윤리에 부합하는 사회를 이루겠느냐에 대한 결론은 명확하다.

물론, 전자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현실 인식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이게 참 미묘한 문제인 것이, 김씨조선 왕조는 자본주의와 ‘다른’ 질서이다. 그런데 김가네 왕조가 자본주의를 ‘틀렸다’고 정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 때문이 아니다! 체제 모순이 없는 체제는 존재할 수 없지만, 김가네 왕조의 선전처럼 그들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내적 모순이 자본주의를 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 왜 그들은 자본주의를 틀렸다고, 악하다고 여기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김가네 왕조가 내세우는 소위 사회주의의 최종 목표가 매우 유물론스럽게도 ‘지상낙원’이기 때문이다. ‘이밥에 고깃국’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대놓고 지상낙원을 내세우지 않는데, 김가네 왕조 사회주의는 아예 대놓고 지상낙원을 내세운다. 목표 차원에서만 보면 김가네 왕조야말로 천박한 버전의 자본주의와 오히려 흡사하다. 이는 유물론 일변도 인생의 역설적인 결론인바, 유물론적 성취를 위해서도 김가들의 영도(領導)가 자본주의의 방임(放任)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여기서 희한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된 물질과 정신 모두를 그들이 금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괴이하다. 지상낙원이라는 목표에 보탬이 된다면, 자본주의를 굳이 채택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거기서 생산된 것을 인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들여오는 것이 참된 영도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그들은 사형까지 자행하면서 금지한다. 왜 그런가? 지상낙원조차 김가네 몸뚱이와 목숨에 비하면 덜 물질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그 몸뚱이와 목숨을 무너뜨릴 잠재력이 있다. 김가네 왕조에서 가장 물질적인 것은 수령이라 불리는 자들의 몸뚱이다. 그들의 몸뚱이를 그대로 복제한 엄청난 크기의 동상들, 사진들, 궁극적으로는 미라가 된 그들의 죽은 몸들, 이런 것들이 김가네 왕조 유물론을 규정한다. ‘궁극적인 물질’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이 동원되고 희생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장군님’의 몸뚱이에 대면 한갓 ‘관념’일 뿐이다. 

‘뚱땡이 페티시즘’, 이것이 김가네 왕조 국시(國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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