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1, 2021

행복과 멸시

돈, 명예, 권력 모두 소유하기 전에는 쾌락의 원천이지만 소유한 뒤에는 적응이 되어 쾌감이 무디어진다. 그러하기에 인간의 행복의 원천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세월을 거쳐 ‘공인(共認)’ 받은 이유는 분명 있다. 생존에 가까이, 사망에서는 멀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르지 않는 행복의 원천은 멸시(蔑視), 즉 비교다. 무엇을 가지고 있든 그것을 거룩하게 만들고 계층화 · 계급화하여 나보다 없는 자들을 멸시하는 것이다. 멸시는 쾌락의 하나다.

멸시는 인정의 흑화 버전이다. 근데 일정 부분 멸시가 포함되지 않은 인정은 또 존재하지 않는다. 멸시는 타인의 개입 없이 나를 언제든지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물론 멸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보편 기준이 필요하다는 면에서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멸시의 기준이 되는 것들은 보통 한 사회의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다. 한국에서 두드러진 예는 최근 돈이다. 미국에서는 피부색, 인종이다. 수치화 · 계량(計量)되는 것들이 대개 이 기준들이다. 한국에는 재산 소유를 계랑하여 서열을 매긴 갑을 관계가 두드러진다면, 미국은 몇 퍼센트 흑인 · 백인 · 독일인 · 이탈리아인 등의 인종적 계량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