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만족한다. 이전에는 가입형 블로그들을 썼었다. 그런데 자율성, 즉 블로그 회사들의 간섭 등의 문제로 설치형으로 갈아탔다. 자잘하게 호스팅 비용도 내면서 워드프레스, 줌라, 드루팔, 그리고 한국의 텍스트큐브, 그누보드 등의 CMS를 갈아타다가 마지막에는 데이터베이스 없이 돌아가는 플랫파일CMS들까지 섭렵해봤다. 일종의 소소한 취미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호스팅 비용까지 내가면서 쓸 만큼 원하는 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나는 지금 이 블로그의 현재 상태의 기능과 디자인 정도 이상으로 사용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온갖 복잡한 메뉴, 화려한 디자인, 이런 것은 필요가 없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생각하니 슬슬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ㅠㅠ ‘자율성’의 대가가 너무 커 보였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다시 가입형 블로그인 구글 블로그(Blogger/Blogspot)다. 가입형이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범위만큼의 자율성은 보장이 되고, 웬만한 호스팅 회사보다 더 빠릿빠릿한 속도도 보장되고. 고질적인 문제인 보안 역시 구글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저절로 해결된다. 자본주의의 극단까지 간 것이 구글이라는 기업인데, 희한하게도 개인은 이 모든 것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참 곱씹어볼 만한 역설이다.
또 편리한 점은 언제든지 백업이 된다는 것이다. 가입형 블로그 중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데가 꽤 있다. 백업이 되지 않는다면 블로그 서비스를 갈아탈 때 데이터를 일일이 손으로 옮겨야 하는데, 글이 많아지면 이 작업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갈아타려고 하다가도 눌러 앉게 된다. 일종의 ‘인질 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구글은 쿨하게 백업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구글이 워낙 대마(大馬)다 보니1) 워드프레스 같은 것으로 갈아탈 때 구글 블로그에서 자기 회사로 바꾸어주는 플러그인이 이미 있다. 그러니 갈아타는 수고를 훨씬 덜게 된다(갈아탈 일은 앞으로 없을 듯 하지만). 게다가 구글의 디폴트 테마를 약간 손봐서 이 정도의 디지인과 기능으로 내가 블로그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다. 그래도 교회 홈페이지 짬밥이 있어서 html, css 같은 것을 좀 만질 줄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니 자율도가 확 높아졌다. 에디터의 편리성을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 여튼, 앞으로 구글 블로그로 내 블로그질을 죽 유지할 생각이다.
그리고 구글 블로그로 블로그질을 해보니 ‘구글’이라는 기업의 본질(?)을 좀 알게 된 듯 하다. 바로 ‘검색 엔진’이다.
뭐,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만,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구글의 파워는 검색하는 힘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검색은 그냥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서버들의 네트워크 가운데서 이루어지고, 검색 엔진은 이들 서버 안에 들어있는 정보의 ‘주소’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능력이다. 이 단순한 능력에 구글이라는 기업의 힘의 근원이 있는 것 같다.
블로그만 하더라도 구글은 태그든 카테고리든 모두 ‘레이블(label)’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는다. 이것은 다름 아닌 검색(search) 키워드인 것이다. 내 개인 블로그조차 구글의 검색 엔진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어 있다. 물론, 나는 내 블로그가 구글 전체 검색 엔진에는 공개되지 않도록 설정을 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내가 따로 판 블로그라 하더라도 구글 검색 엔진의 문법을 따르고, 또 그것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검색 엔진 우주[Search Engine Universe]’라 할 만한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요즘 블로그들도 정적 사이트 생성기[static site generator]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많은데, 이때 대개의 경우 검색 능력이 제한된다. 제목 내지는 태그 정도만 검색할 수 있고, 본문을 검색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적 사이트 블로그는 검색 능력이 블로그의 본질에서 어느 정도 물러난 상태라 볼 수 있다.
검색 엔진은 ‘흘끗’ 보고 빠르게, 또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게 지금 테크 기업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가장 큰 부가 가치를 내고 있다. 검색 엔진의 이 능력은 현재 가장 대중적인 인공 지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 지능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능력이다. 분류는 그 다음 문제다.
모두가 ‘능력 있는’ 빅브라더 밑으로 자청해서 들어가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중국공산당 덕분에 민주 진영 나라들에 퍼져 있는 구글 같은 빅브라더는 빅브라더로 여겨지지 않는 착시 현상이 생기긴 했다만, 빅브라더의 핵심은 ‘보는 능력’일진대, 과연 중(국)공(산당)만 빅브라더이겠는가?
참 이상한 세상이다. 오웰 성님이 살아 계시다면 함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ㅎㅎ
이 글도 함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