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다같은 죄인데, 어떤 죄는 시위까지 하면서 막으려 하고 어떤 죄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후자의 죄는 그러면 심각한 게 아니냐, 이렇게 물으면 질문을 받은 사람 백이면 백 모두 당연히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왜 시위까지 하면서 어떤 죄는 막으려 하는데, 그 죄는 그냥 덤덤하게 지내냐, 이에 대한 대답이 궁하다. 보통은 사회에 잘 퍼진다, 미성년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결과가 파괴적이다 등등의 이유들을 대지만 시원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내가 보기에는, 혐오의 문제다. 죄의 윤리적 경중과 죄의 혐오 정도는 일치할 때도 있지만 꼭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만인이 죄라 여기고 윤리적으로도 굉장히 무겁게 취급을 받는 죄라도 혐오의 차원에서는 그닥 심하지 않다. 예를 들면 경제적 죄 중 많은 것은 윤리적으로는 다른 어떤 죄들 못지 않게 중한 죄지만, 그닥 혐오스럽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이 시위를 하면서 막으려 하지는 않는다.
모세 율법 그리고 선지서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입장도 많은 경우, 죄를 윤리의 차원이 아니라 혐오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가증하다’는 표현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가증하다는 것은 윤리적 평가라기보다는 혐오를 표하는 것이다.